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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쇠 수세미로 변기를 닦았더니 더 까매졌어요! 해결 방법

by §♣♩ 2023. 4. 6.

  어렸을 때는 화장실은 청소가 필요 없는 줄로만 알았다. 샤워하면서 물이 이리저리 튀니까 깨끗해지는 줄 알았다. 엄마의 보이지 않는 청소를 모르던 철없는 생각이었다. 독립하고 나니 화장실이 왜 이리 빨리 지저분해지는지. 변기는 자체적으로 무언가를 내뿜듯이 더러워진다. 물론 더러운 건 그 변기에 내보낸 내 일부들이겠지만.

 

  어느 날, 변기 청소를 하다가 의욕이 불타 올랐다. 아주 오늘 변기 청소의 끝장을 보자! 철 수세미와 각종 세제를 들고 변기 앞에 섰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변기 안 쪽 부분까지 박박 닦기 시작했다. 평소에 잘 닦지 않던 변기 안쪽의 물이 나오는 부위들까지 닦았다. 역시 평소에 많이 닦지 않아서 그런지 검은 무언가가 우수수 닦여 나오기 시작했다. 속이 시원했다. 그렇게 한참을 닦은 뒤 상쾌한 마음으로 물을 내렸는데. 아니? 변기가 까맣게 변해 버렸다.

오히려 까만 때가 착색되어 버린 변기

  위 쪽에서 떨어져 나온 그 정체불명의 검은 때들이 변기 아래쪽에 달라붙어 버렸다. 끝까지 귀찮게 하는군 생각하며 문질렀는데 이게 웬걸? 꼼짝도 안 한다. 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는데 마치 이미 변기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다. 세상에. 사서 고생, 일을 만들어한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등등의 말이 떠올랐다.

 

  먼저, 세제를 뿌린 철 수세미로 문질러 보았다. 하지만 위에 쓴 것처럼 변화가 없었다. 이게 더러운 게 묻은 거면 문지를 때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뭐가 닦이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어떻게 변기 물 때가 철수세미를 견딜 수 있지? 아무튼 철 수세미는 포기.
  두 번째로, 철이라서 안되나 하는 생각에 일반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닦아 보았다. 하지만 철 수세미가 안된 곳에 일반 수세미가 될 리가 없었다.
  세 번째로, 락스를 부어 놓고 일정 시간을 기다린 후 닦아 보았다.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래저래 실패의 고배를 마신 후, 닦는 것의 끝판왕, 치약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변기에 물이 고여 있다는 것이었다. 치약을 묻혀도 너무 순식간에 물에 풀어져 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변기 뒤의 수도를 잠그고 물을 빼내기로 했다. 수도를 잠그고 버리는 플라스틱 통을 가져다가 조심스럽게 변기 물을 떠서 버렸다. 그나마 청소를 깨끗이 했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변기 뒤의 이렇게 생긴 수도를 잠그면 된다

    그리고 치약을 투하하고 칫솔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 최강 물때들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했지만 열심히 문질러 대니 조금씩 색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희망을 가지고 사력을 다해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결과는 이러하다.

나에겐 이게 최선이었다..

  아직 테두리 쪽으로 옅게 까만색이 있긴 하지만 색도 많이 옅어졌고 그 안쪽으로 생긴 때는 모두 사라졌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옅게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지 아무리 더 문질러도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갖다 붙인 것도 아니고 그냥 흘러나오면서 묻은 녀석들 주제에 어떻게 이렇게 안 닦일 수 있는지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혹시 누가 저 때까지 잘 지워지는 방법을 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처음의 모습을 아는 나는 저 정도에 만족하기로 했다. 다만 누군가가 우리 집을 왔을 때 내가 변기 청소도 안 하고 산다고 생각할까 너무 억울하긴 하다. 난 변기 청소를 안 한 게 아니야, 너무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혹시 누군가가 변기 청소에 불타올라 쇠수세미를 사용하려 한다면 이 글을 먼저 보기를. 쇠 수세민지 철 수세민지 모르겠지만 변기 청소는 변기 솔로 하고 나 같은 참사를 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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